원제Man Eating Bugs 
저자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공저 
출판사윌북(willbook)  
읽은 기간2014.01.21 ~ 2014.02.02 
도서 정보http://www.yes24.com/24/Goods/11067261?Acode=101 

 

"도전 지구 탐험대" 류의 오지 체험 프로그램에는 거의 클리셰처럼 나오는 장면이 있다.

원주민이 손님이 오셨다고 내민 귀한 것은 굼벵이류의 벌레가 익혀졌거나 혹은 살아서 꿈틀대고 있고 체험단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질끔 감고 그걸 삼키고 효과음으로는 방청객들이 경악하는 비명 소리가 깔린다. 체험단은 혐오스러운 음식을 먹는 힘든 과정을 거쳐 이제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이 책은 피터 멘젤의 Material world 시리즈중 3번째 책이고 국내에서 출판된 Material world중 마지막 시리즈이다.

아마 헝그리 플래닛과 칼로리 플래닛이 먼저 출간되어 성공을 거두어서 전작인 "우리집을 공개합니다" 와 "MOM: 전세계 엄마들이 사생활" 도 출간할 동력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이 마지막으로 번역된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는 내용과 사진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 봐도 혐오스러운 벌레들이 어느 지역에서는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맛난 별식인걸 생각해 보면 과연 익숙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대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또 내가 먹는 것은 직접 키우거나 잡은 것이 없고 다 가공되어 포장된 것을 대규모 마트에서 돈을 주고 지불하는건데 이게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파는 닭을 봐도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머리와 발은 제거되고 피는 흡수패드에 흡수되어 팔리고 있다. 돼지/소는 부위별로 해체되어 포장되어 있고 구매하는 우리는 이게 생명이 있었다는 느낌을 갖지 않고 그냥 고깃덩어리로 소비한다.

내 아이들은 모이를 쪼는 닭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돼지나 소는 어디 체험학습을 가야 볼수 있고 1년에 보는 날은 거의 손꼽을수 있을 정도다. 마트에서 사온 육류로 조리한 음식을 남기는 아이들에게 귀한 거니까 남기지 말라고 잔소리하지만 식탁에 올라온 게 얼마전까지 생명이 있던 소, 닭, 돼지였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마트에 가면 널린 그냥 흔한 먹거리일 뿐이다.

 

편리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규모 마트와 산업화된 축산업과 유통업은 이 책의 저자 의견대로 먹거리의 원천과 우리를 너무 멀리 떨어뜨려 놓았고 그로 인해 사라진 음식에 대한 존중은 환경오염, 비만등 서구화된 사회의 많은 문제점의 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장화된 대규모 축산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좋은 대안중에 하나는 곤충을 식품공급원으로 삼는거라는 책에 나오는 곤충학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이미 선호하는 음식에 대한 식습관이 형성되어 버린 나는 책에 나오는 각각의 벌레들을 먹을 자신이 없긴 하지만 혹시 먹을 일이 생긴다면 한 번 열린 마음으로 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보니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평생 햇빛 한번 못 쬐고 비참하게 길러지다가 도축되는 돼지도 먹는데 식용 벌레를 못 먹을건 뭔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혹시 책을 구매할 생각이 있는 분들중 곤충을 무지 싫어하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사진이 너무 적나라해서 힘들수도 있으니 주의. 또 대규모 벌레 밀집사진이 종종 있으니 군집증후군 있으신 분도 주의

 

P.S: 책 말미에 먹으려고 흰개미를 잡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들이 저자가 얘기한 중국인들은 전갈을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그걸 어찌 먹냐고 경악을 하고 어떤 이는 구역질까지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벌레를 먹는 곳도 다른 벌레를 먹는 이가 적응이 안 되긴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