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까지 책은 비싸고 귀한 존재였고 책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한 글자, 한 글자를 직접 쓰는 것이었고 이 작업을 하는 전문가를 사자생(필경사, 필경공)이라고 불렀습니다.


대부분의 사자생들은 직접 책을 쓰진 않았고 기존의 책을 베껴서 복사본을 만들었지만 베끼는 대상이 성서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소중한 선대의 지식을 후대로 전달하는 지식의 전승자이며 전문가로서 존경 받았습니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은 책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켰고 존경받는 직업인 사자생은 몰락하였고 그 자리는 인쇄기가 대체했습니다.


(인쇄기때문에 성스러운 직업인 필경사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요한네스 트리테미우스라는 수도원장은 "사자생을 위한 찬미" 라는 논문을 써서 "인쇄술을 믿고 필사를 게을리하는 자는 진정으로 성경을 사랑하는 자가 아니다" 라고 주장을 했고 이 논문은 인쇄기로 인쇄를 했다고 합니다.)


IT 업계에서 있다보니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갖게 된 기술과 경험이 사자생의 필사 능력처럼 별 경쟁력없고 자동화로 대체가능한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우려를 자주하게 됩니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서 사자생처럼 몰락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늘 드는 생각은 모르겠다이고 이런 고민때문에 열이 오른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냉장고를 열어서 맥주만 들이키게 됩니다.